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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D Book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친구가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책 제목을 보고 예상했습니다. 저자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의 흐름을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책 속에 담았겠거니 했죠. 그러나 책을 펴본 순간, 저자는 제 예상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더 깊숙이 침투하여 체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미국 대형 회계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였으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실상은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죠. 일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 업체의 구조조정을 맡은 일이었습니다. 저자는 업체의 직원 400여 명을 해고하는 임무를 맡은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죠. 저자는 그 자리에서 일을 당장 그만두고 네팔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네팔에서 그는 전통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새와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다섯 달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 경비를 제외한 순수 투자액의 두 배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땐 통장에 10만 달러가 쌓이게 되는 거죠. 여행 일정은 정했지만, 그 나라에서 무엇을 거래할지 정하지 않은 채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호기롭게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책에서 수십여 개의 나라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수십 종류의 거래 품목을 거래하는 저자의 체험스토리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거래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을 보며 속으로 깔깔깔 웃기도 하고 감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에 실패하는 저자의 모습은 저의 측은지심을 유발하였고 거래에 성공하는 모습은 제가 저자를 더욱 응원하게 했죠.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관람객의 심정처럼 저자가 목표를 이루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사실 책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물건만을 거래하는 줄 알았더니 살아있는 생물인 낙타나 말까지 거래를 하다니..! 이동성이나 보관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땐 아무래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돼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저자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죠. 역시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해서 그런지 거래하는 모습이 다른 물품을 거래할 때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더욱 활기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활기참과 다르게 거래의 결과는 암담했습니다. 전통 시장의 높은 벽에 부딪혀 낙타는 구매조차 하지도 못했으며 말은 최고가에 사서 최저가에 파는 최악의 거래를 하게 되었죠. 제가 다 안타깝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절망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여행지에서 카펫으로 거래를 성공시키기도 하였고 '딱 떨어지는 수'로 거래액을 재치있게 맞받아쳐 커피를 저렴하게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코끼리 페퍼 소스'입니다. 농장에 코끼리만 나타났다 하면 그해 농업은 망할 정도로 아프리카 농부들에게 코끼리는 눈엣가시였습니다. 그런데 코끼리는 보기와 다르게 점막이 유난히 예민하여 칠리 열매만 마주쳤다 하면 뒤로 돌아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농지 주변에 칠리 나무를 심게 되었고 그로 인해 총에 맞아 죽는 코끼리도 줄어들게 되었죠. 책의 등장인물인 로키는 이 칠리 열매를 이용해 사업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코끼리 페퍼 소스'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자는 이 소스에 내재된 스토리에 매력을 느껴 거래를 결심합니다. 스토리가 좋아서였을까요? 코끼리 페퍼 소스 또한 나름 이익을 거두며 거래를 성공시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경제와 사람, 그리고 인생의 쓰고 단 맛을 보았습니다. 녹록지 않은 세계 시장에서, 장사의 베테랑인 상인들 사이에서, 직접 부딪히며 거래를 끈질기게 성공시킨 저자의 겁 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자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고 저를 고무시켜주었습니다. 저자는 세계 여행을 하며 경제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경제를 통해 우리에게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