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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어색한 내 문장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필력이 뛰어난 글을 보면 저는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게다가 필자에게 존경심과 부러움까지 들곤 하지요. 저 또한 글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문학인이 되고 싶다는게 아니라 제 생각과 감정을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할 표현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선택하게 되었죠. 글을 다듬는  방법과 내용 중간 중간에 짧은 소설 같은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사실 책에서 문장을 다듬는 방법 보다 짧은 소설을 읽는게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이어지는 소설의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마치 극적인 순간에 끝나버린 드라마의 한 회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에는 '함인주'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함인주는 저자가 교정 작업을 한 책의 저자 이름입니다. 소설은 함인주가 저자에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내용의 메일로 시작합니다. 서로 메일을 주고 받을수록 내용이 가볍지 않음을 점점 알게 됩니다. 훌륭한 필력과 수준 높은 메일의 내용에 감탄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품격있는 대화가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 문장을 다듬는 기술적인 방법을 소개하며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저자는 저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내용을 전개합니다. 저자는 분명 '밀당의 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소설 같은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당겨 주고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소개하며 다시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다음은 보통 우리가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불필요한 표현입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적,의,것,들'

사회 현상, 경제 문제

→ 사회 현상, 경제 문제

문제 해결, 음악 취향 형성 시기

→ 문제 해결,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사과나무에 사과이 주렁주렁 열렸다.

→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사랑한다는 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도시 끝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기념비

→ 도시 끝에 자리 잡은 거대한 기념비

런던에서 있었던 사고 때문에 귀국이 늦어졌다.

→ 런던에서 생긴 사고 때문에 귀국이 늦어졌다.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 가까운 사이였다.

에게 있어 봄은 모란에서 시작되고 끝이 났다.

→ 내게 봄은 모란에서 시작하고 끝났다.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비난함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칭찬함에 있어서도 과도한 표현은 삼가야 한다.

→ 누군가를 비난할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칭찬할 때에도 지나친 표현은 삼가는 게 좋다.

그의 말은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 그의 말은 자신이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느낀다.

→ 서로 깊은 신뢰를 느낀다.

과대망상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 과대망상을 증명해 줄 증거를 찾았다.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한 명이다.

→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다.

같은 경우에

→ 그 경우에

실수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다.

→ 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복구하다.


내 문장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이번 추석엔 고향으로 갈 수 없다.

→ 이번 추석엔 고향에 갈 수 없다.

자식이 명문대 가는 게 꿈인 부모들

→ 자식이 명문대에 가는 게 꿈인 부모들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 시작되었다.

→ 낯선 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적국에게 선전 포고를 하다.

→ 적국에 선전 포고를 하다.

서울로부터 온 사람들

→ 서울에서 온 사람들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델 날이 있을 거야.

두번 당하는 말을 만들지 말자

둘로 나뉘어진 조국

→ 둘로 나뉜(나누어진) 조국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

포장이신가요?

→ 포장해 가실 건가요?


될 수 있는지 없는지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 1등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거야?

할 수 있다.

→ 못할지도 모른다.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젊은 날 아버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실수가 아버지 인생을 어둡게 만들었다.

→ 젊은 날 아버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아버지 인생을 어둡게 만든 실수였다.

그 어느, 그 어떤, 그 누구, 그 무엇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과거형을 써야 하는지 안 써도 되는지

내가 그 강좌를 들었던 것은 다 너를 위해서였어.

→ 내가 그 강좌를 들은 건 다 너를 위해서였어.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가를 눈여겨보았다.

→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눈여겨보았다.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O)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X)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놀랐다.



책을 읽고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겉으로 화려한 문장을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외면의 화려함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더 아름다운 것을 그전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저는 어릴 때 축구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축구 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지 알 수 있죠. 화려한 개인기를 가진 친구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친구에게 더욱 아름다운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눈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일이 저에겐 큰 부담이었습니다. 글을 다듬는 방법에 관한 책이니 더욱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랄까요?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신경썼지만 아직까지도 어색한 문장과 표현이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저도 제 글이 어색한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오죽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빼어난 글 솜씨를 겸비할거란 '믿음'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 우선

문장에서 군살을 빼고, 빼고, 빼는 연습부터 해야겠죠?



책 속의 문장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심지어 맞춤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춤법이란 그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규칙일 뿐이죠. 게다가 지금처럼 국가 기관이 맞춤법을 통제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맞춤법에 그렇게 목을 맬 이유도 없지 싶습니다. 다만 책을 사서 읽는 독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 99p.